서론
2022년 11월에 개최될 예정인 카타르 월드컵(2022 FIFA World Cup Qatar)은 중동 지역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대회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국내외의 관심을 받고 있다. 먼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은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 선수를 비롯해 2019년 FIFA U-20 월드컵과 2018년 아시안 게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주축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그리고 월드컵 경기가 개최되는 모든 경기장에서 섭씨 20도 이하로 기온을 유지하고 사막의 모래로부터 선수와 관람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에어컨과 공기청정기가 가동된다. 그리고 경기가 치뤄지는 전체 8개 중 7개 경기장이 실내경기장이라는 점 역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카타르는 경기장 내부의 온도를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카타르대학을 위시한 분야별 연구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기술 적용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 같은 노력은 궁극적으로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담보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월드컵은 4년 단위로 개최되기 때문에 본선 대회 기간 동안 참가국의 대표 선수단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력에 대한 통제가 요구된다. 경기장 기온은 물론 선수들이 착용하는 의류와 사용하는 장비, 영양 섭취를 위한 식음료, 숙소와 경기장 간의 이동 거리 및 동선, 심리적 상태 등을 비롯한 수 많은 요인들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이는 결국 팀의 승패와 대회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스포츠 분야에서도 경기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된 카타르의 스마트 스타디움과 같은 경기장 환경 개선은 물론 선수들의 기록과 경기 관련 정보의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과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을 통한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은 경기력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 경기력은 운동을 물리적으로 수행하는 주체인 선수의 역량 향상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이 같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전문 선수들의 운동 수행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광범위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1].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은 선수 개인이나 팀의 역량을 계량화하여 데이터를 기반으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스포츠 분야에서 과학기술의 활용은 선수 개인이나 팀이 ‘더 빠르게(Citius)’, ‘더 높이(Artius)’, ‘더 강하게(Fortius)’라는 스포츠의 지향점을 향해 더욱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스포츠와 과학의 융합 수준이 높아지면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요인들이 선수의 신체 활동 능력 향상을 위한 장비와 용품은 물론 데이터와 전략과 전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2019년 마라톤 대회에서 운동화 내부에 탄소섬유로 제작한 중창이 스프링 효과를 만들어내며 세계 최초로 풀코스에서 2시간의 벽을 무너뜨린 엘리우드 킵초계(Eliud Kipchoge)가 착용한 나이키(NIKE)의 베이퍼플라이(Vaporfly)는 선수의 운동 능력보다 스포츠 용품의 기여가 컸던 대표적인 사례로 기술 도핑(technology doping)을 비롯한 많은 논란을 야기하였다.
이제는 선수의 신체적인 운동 능력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접목이 경기력 향상의 이슈가 되고 있으며, 4차산업 기술의 확산은 스포츠 분야에서 경기력 향상과의 상호작용이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 연구에서는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한 경기력 향상의 범위 확대와 관련된 사례 분석을 통해 과학기술의 발전을 중심으로 경기력 향상의 개념이 어떻게 확대되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을 실시하고 경기력 향상과 관련된 아젠다를 논의하고자 한다.
본론
축구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축구의 기원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축구의 종주국은 영국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말에 대해서는 완전히 맞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그 이유는 축구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축구의 기원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하는데, 문헌을 통해 접근 가능한 현대의 축구라는 스포츠 종목과 유사한 개념은 고대 남미와 아시아 등지에서 유행한 공놀이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2].
현대 축구에 관한 명문화된 개념과 규칙은 영국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축구는 럭비와 함께 발전해왔는데 럭비는 거친 경기 방식을 가지고 있어 선수들 간의 잦은 몸싸움과 부상 발생으로 인해 교육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하여 국공립 교육기관인 캠브리지에서는 럭비와 축구를 분리하기 위한 축구 규칙의 표준화를 시도해왔고, 1856년 캠브리지 규칙(Cambridge Rules)을 채택함으로써 현대 축구가 탄생했다(Fig. 1,2). 이로써 현재의 축구 규칙 기반이 형성되었고 축구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팀은 이 규칙이 규정하는 범위 내에서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1863년 축구협회(Football Association, FA)가 결성되었고 1872년 최초의 FA컵 축구대회가 개최되었다. 축구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1904년 프랑스 파리에서 7개국(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을 중심으로 국제축구연맹(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 FIFA)이 구성되었다. 그리고 1930년 우루과이에서 최초의 FIFA월드컵 개최를 시작으로, FIFA 월드컵은 200개가 넘는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가 되었고, 결승전 시청자 수는 7억 명이 넘어 1억 5천만 명의 올림픽보다 더 높은 인기를 가진 이벤트로 성장하였다[3,4].
월드컵 개최 현황을 살펴보면 Table 1에 제시된 것과 같이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대회부터 2018년 러시아 대회까지 총 21회의 대회가 개최되었다. 최다 우승국은 브라질이며 5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하였고, 본선 참가 횟수 역시 22번으로 현재까지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 본선에는 총 32개 국가가 출전하여 64회의 경기를 치르게 된다. 역대 경기당 평균 득점은 3.08골이고, 최대 득점 대회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인데, 다른 대회와 비교해 평균 득점이 높은 이유는, 한국과 헝가리 경기에서 9골이 기록되고,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의 경기에서 12골이 기록되면서 평균값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Source: fifa.com, adidas.com
한국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아시아 주권국가 최초로 본선에 진출하였는데 당시에는 헝가리에게 9:0으로 패배를 하는 등 경기력의 한계점을 많이 보여주었지만 이후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10회 연속 본선 진출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축구 경기력을 종합해보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 지역 국가 중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2002년에는 일본과 공동으로 월드컵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2002년 대회에서는 역대 최고 기록인 4강 진출을 달성하였는데, 이는 1930년 대회에서의 미국을 제외하고는, 비유럽과 비남미 국가 중에서 월드컵 4강 진출 성적을 기록한 유일한 대회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월드컵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데,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수들의 훈련 방법도 체계적으로 진화할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사용하는 용품과 장비 역시 매 대회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며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를 해오고 있다[5]. 축구경기에서 선수나 팀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무엇보다 축구 공은 경기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월드컵이 개최될 때마다 Table 2에 나타난 것과 같이 축구공도 거듭 진화하고 있는데 첫 월드컵인 우루과이 대회까지만 해도 축구공 규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크지 않았고 국가별로 특성이 제 각각인 축구공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루과이 월드컵 결승전에서 마주하게 된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서로 자국의 축구공을 사용하겠다고 주장하였고, 결국 전반전에는 아르헨티나의 축구공을 사용하고 후반전에는 우루과이의 축구공을 사용하게 되었다. 전반전에는 자국의 공을 사용했던 아르헨티나가 2:1로 앞섰고 아르헨티나 공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항의하던 우루과이는 후반전에 자국의 공을 사용하면서 3골을 기록하여 4:2로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Source: fifa.com, adidas.com, soccerballworld.com
당시 ‘축구공의 둘레 68-70 cm’라는 규정이 있었지만 축구공을 제조하는 공장이 자동화 되지 않아 표준화된 제품 생산과 품질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고,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공의 내구력 문제로 인한 예상 불가능한 슛이 등장하게 되면서 FIFA는 축구공이 경기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후 많은 축구공 제조 기업들이 일정 수준의 경기력을 담보하기 위한 표준화된 규격을 마련하고자 연구개발을 시작하였고, 1970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아디다스(Adidas)가 공식 공인구 공급 기업으로 지정되어 현재까지 축구공의 표준이 되고 있다.
아디다스가 FIFA 월드컵에 첫 공인구로 공급한 축구공인 ‘텔스타(TELSTAR)’는 검정 5각형 12개와 흰색 6각형 20개의 총 32개의 패널로 이루어졌고, 이는 월드컵 대회 최초로 완벽한 구 형태의 공이다. 축구공의 이름 텔스타는 최초의 방송통신용 위성인 텔스타에서 유래하였고, 이전 대회까지는 축구공의 색상이 갈색이나 주황색이었는데 흑백 텔레비전을 통해 경기를 시청하는 관람객들이 공의 위치를 찾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텔레비전 중계방송 시청자의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축구공의 색상 디자인을 검정색과 흰색으로 조합한 결과 텔스타는 1970년 대회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후 2006년 독일 월드컵 이전까지 모든 축구경기에서 경기구의 기준이 되었다.
FIFA 공인구 제조기업으로 지정된 아디다스는 축구공 R&D에 박차를 가했고 축구공 성능의 개선과 함께 선수들의 경기력도 함께 향상되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아디다스가 3년의 연구개발을 통해 천연고무와 일반 섬유, 기포 강화 플라스틱과 폴리우레탄 등의 소재를 활용한 6피스 축구공 ‘피버노버(FIVERNOVA)’를 개발하였다. 피버노버의 핵심 기술은 가스가 충전된 미세한 캡슐을 축구공 소재에 삽입하여 축구공의 반발력을 향상시키는 것인데, 이 캡슐들이 선수가 공을 발로 찰 때 공에 가해지는 운동에너지가 더욱 길게 작용하도록 만들어 공이 더 빠르고 힘있게 직진운동을 하도록 하는 원리이다.
그 외에도 2006년 독일 워드컵 공인구인 ‘팀 가이스트(Teamgeist)’는 축구공을 둘러싼 패널을 기존 32개에서 14개로 줄였는데, 이는 축구공 외부를 둘러싼 패널들 간의 접선의 전체 길이를 15% 감소시키고, 4개의 접선을 이루는 접점의 수가 60% 감소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공의 접선을 줄여 축구공의 표면을 매끈하게 만들면 공이 날아가면서 공기의 저항을 더 많이 받게 되는데, 그 이유는 공이 날아가는 과정에서 공 앞과 뒤의 압력 차이가 커서 공이 운동하는 속도가 더욱 느려지기 때문이다. 아디다스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BRAZUCA)’에서는 축구공 표면에 돌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난류를 생성시켜 공의 앞뒷면 압력차를 줄이고 공기저항을 최소화하였다[6]. 이처럼 아디다스를 비롯한 축구공 제조기업의 지속적인 R&D 투자와 새로운 기술의 적용으로 인해 선수들은 기존의 ‘바나나 킥’과 같은 회전 곡률이 큰 슛은 물론, 호날두(Christiano Ronaldo)의 ‘무회전 슛(Knuckl-ball effect)’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기술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7].
축구공 외에도 선수들이 경기가 진행되는 90분 동안 착용하는 운동복 역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첫 월드컵 대회 이후 지속적인 발전을 해오고 있다. 1980년대까지 선수들이 착용하는 운동복은 일반적인 의류와 동일하게 면 소재로 제조되었다. 면 소재 운동복의 경우 경기 중 선수들이 배출하는 땀을 흡수하면 중량이 무거워지고 흡수된 땀 역시 배출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반해 최근에 출시되는 운동복은 특수한 소재와 기술을 적용한 기능성을 추가하여 선수들이 보다 가볍고 쾌적한 상태에서 경기에 집중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독자적인 소재와 기술 개발을 통해 기능성 의류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축구 종목의 경우 국가대표 선수단 스폰서십을 통해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의류 제품에 대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월드컵은 글로벌 기업의 신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의 시장 진입을 위한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8]. 아디다스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을 비롯한 각 국가의 대표 선수단 스폰서십을 통해 아디제로(adiZERO) 기술이 적용된 경기복을 전 세계에 선보였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클리마칠(Climachill)이 적용된 경기복이 스폰서십을 맺은 국가대표 선수단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널리 소개되었다. 나이키 역시 아디다스와 마찬가지로 월드컵에서 경기복 스폰서십을 활용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고 있는데, 2018년에는 기존의 기능성 의류 제품 라인 드라이-핏(Dri-Fit)을 대체하는 베이퍼닛(VaporKnit) 기술이 적용된 경기복을 브라질 국가대표 선수단을 포함한 각 국가의 선수단에게 공급하였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나이키의 베이퍼닛 기술이 적용된 경기복을 착용하게 된다. 베이퍼닛 기술이 적용된 경기복의 주요 소재인 초극세사는 3차원 구조 분할을 통해 발생한 무수한 기공이 모세관 현상을 유발하여 땀 흡수력을 향상시키고 운동복 표면의 오염물 제거력이 탁월하며 가공이 아닌 원사 자체의 특성으로 인해 내구성이 매우 높아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동안 쾌적한 상태로 시합에 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9]. 그리고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경기복과 함께 축구화 부분에서도 상호 경쟁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두 기업이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기업별로 축구화 바닥의 스파이크 소재와 형태, 외피 발등 부분의 우레탄 돌기 소재 적용, 축구화 발목 연장 등 다양한 연구개발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용품이나 장비 같은 물리적 요소 외에도 축구경기에서 선수와 팀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는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기반 플랫폼을 활용하여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과정에서 이 같은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의 기술 융합은 스포츠와 관련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선수와 팀에 대한 코칭과 감독 그리고 경기 전략 의사결정 과정에도 과학기술이 차지하는 역할이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FIFA는 기술연구그룹(Technical Study Group, TSG)을 통해 축구 경기에서 선수와 팀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실시하여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TSG는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U-20, 여자 월드컵 등 포함) 대회에서 개별 경기당 15,000개에 달하는 데이터 포인트를 수집하고 모든 선수들의 경기 중 움직임과 전술활동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공격 선수의 상대 진영 침투 방식이나 공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의 움직임 차이 등에 관한 정보를 분석하고, 그 결과는 선수와 팀의 전력 분석과 개선, 상대 팀 특성에 따른 경기 전략 수립, 선수 개인 및 팀의 경기 전략 수정 등과 같은 경기력 향상을 위한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2019년 폴란드에서 개최된 20세 이하 월드컵 대회에서 참가 팀에 대한 경기력 분석을 실시한 TSG의 자료를 살펴보면 Fig. 3(좌)에 제시된 것과 같이, 한국팀은 총 7경기에서의 공점유율은 평균 43%인데 경기장 구역을 공격진형(Final third), 중간진형(Middle third), 수비진형(Defensive third)으로 세분화하여 공점유율을 분석해보면 수비진형에서의 점유율이 37%로 공격진형의 22%보다 높게 나타났고 이를 통해 한국팀은 다소 수비형 경기를 펼쳤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팀의 패스 정확도를 분석한 결과 Fig. 3(우)에 나타난 것과 같이 중간진형에서의 패스성공률은 77%인 반면 수비진형에서는 69%를 기록하여 수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시사점 도출이 가능하다. 한국팀의 슛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Fig. 4에 제시된 것과 같이 경기당 평균 3.1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하였고, 패널티 지역(48%)과 바깥(52%)지역에서의 슈팅 비율이 유사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경기장 구역(패널티 지역 내외 등)이나 득점 방법(필드 골, 세트플레이, 페널티킥 등)에 따른 득점률이나 골키퍼의 패스 빈도와 거리, 선수들의 움직임 속도 등과 같은 광범위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상대 팀 전력과 비교하여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또한, 분석 자료는 시각화 작업을 통해 텔레비전 중계방송과 같은 미디어의 서비스 품질 향상과 팬 경험 증대에도 기여 하고 있다.
스포츠과학은 192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는데 특히 운동 생리학(exercise physiology), 트레이닝 방법론(training methods)을 중심으로 운동 수행을 위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10]. 하지만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전통적인 관점에서 주목 받지 못한 기술적 요인에 대한 관심과 스포츠 현장에서의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과학기술과 스포츠의 융복합이 경기력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례들을 살펴보고 경기력 향상의 관점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을 실시하고자 한다.
과학기술이 적용된 스포츠 용품을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킨 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인간의 한계라 인식되던 마라톤 42.195 km 코스 기록의 1시간대 진입을 달성한 나이키의 운동화가 대표적이다. 나이키는 운동화 경량화와 충격 흡수 그리고 반발력 향상에 대한 연구개발의 결과 베이퍼플라이(vaporfly) 시리즈 운동화를 출시하였다. 그리고 베이퍼플라이는 마라톤 기록을 단축하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인간이 마라톤 기록 2시간대의 벽을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11]. 그런데 2019년 10월 오스트리아 빈 마라톤 대회에서 엘리우드 킵초계는 베이퍼플라이를 착용하고 42.195 km를 1시간 59분 40초 만에 주파하여 우승을 차지하며 마라톤 풀코스 기록 2시간의 벽을 허물게 되었다. 그런데 마라톤 2시간 벽 붕괴가 인간의 뛰어난 운동 능력에서 기인하는지 아니면 가볍고 반발력이 높은 운동화의 기술적 도움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제기되었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의 대표적인 성과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마라톤 기록은 스포츠과학이 발전하기 시작한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단축되고 있다. 마라톤 기록에 대한 시계열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Fig. 5에 제시된 것과 같이 남자와 여자 선수 모두 1920년대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으며 2시간의 벽 붕괴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인가에 대한 이슈가 선수나 학계 그리고 기업 등 이해관계자의 주요 관심 대상이다.
그런데 엘리우드 킵초계의 2시간 벽 붕괴 사건은 경기력 향상을 위한 기존의 요인에 새로운 변수를 등장시켰다. 마라톤 기록을 예측한 모델을 다루는 연구에서는 마라톤 기록에 대한 자료를 계산하여 회귀방정식을 도출하였는데 Fig. 6에 제시된 것과 같이 엘리우드 킵초계가 나이키의 베이퍼플라이를 착용하고 달성한 기록의 포함 여부에 따라 2시간의 벽 붕괴 시점은 무려 1년의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었다[11].
엘리우드 킵초계가 착용한 베이퍼플라이의 기록 단축 원인은 특수 소재의 활용에 있는데,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소재의 고탄성 폼으로 운동화 중창을 제조하여 기존 운동화 대비 반발 탄성을 13% 증가시키고 에너지 사용을 4% 감소시킬 수 있었다. 베이퍼플라이는 경기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켜 마라톤 기록을 단축시켰지만 이와 관련해 기술 도핑을 비롯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게 되었고, 결국 국제 육상경기연맹(International Amateur Athletic Federation, IAAF)에서는 2024년부터 모든 트랙 경기에서 운동화의 밑창 두께를 20 mm 이하로 제한하고 중창은 1개만 허용하는 등의 규정을 신설하여 경기력 향상에 운동화가 미치는 영향력을 통제하기 위한 시도를 하였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경기력 향상의 또 다른 사례는 기술 도핑 개념을 등장시킨 수영복 사례이다. 스피도(Speedo)의 레이저 레이서(LZR Racer)와 아레나(Arena)의 엑스글라이드(X-Glide)는 수영복 제작에 폴리우레탄 소재를 사용하여 선수들의 기록 단축을 획기적으로 앞당겼다. 폴리우레탄 소재의 전신 수영복이 본격적으로 착용되기 시작한 2009년 로마 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43개의 세계신기록이 달성되어 수영복의 특수 소재 효과에 대한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하였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Michael Phelps)가 스피도의 레이저 레이서를 착용하고 남자 자유형 200미터에서 1분 42초 96으로 세계신기록을 달성했는데, 그 후 약 11개월 만에 아레나의 엑스클라이드를 착용한 독일의 파울 비더만(Paul Biedermann)은 1분 42초 00의 세계신기록을 달성하며 마이클 펠프스의 기록을 약 1초 가량 앞당겼다.
마이클 펠프스가 1분 46초대 기록을 1분 42초 90으로 단축시키는 데 약 5년이 걸린 반면 파울 비더만은 11개월 만에 기록을 단축하여 기록 갱신의 기간도 빨라졌다. 그리고 엑스글라이드를 착용한 파울 비더만은 남자 자유형 400미터에서는 2002년 이언 소프(Ian James Thorpe)의 기록(3분 40초 08)을 7년 만에 갱신하며 새로운 세계기록(3분 40초 07)을 달성하였다. 수영 기록에 대한 시계열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Fig. 7,8에 제시된 것과 같이 1990년부터 2011년까지 아레나와 스피도를 비롯한 특수 소재 수영복 허용 시점에 장거리 수영 세계기록 갱신 빈도가 현저하게 높음을 알 수 있다[12].
이로 인해 결국 수연연맹에서는 2009년 경기용 수영복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였는데, 수영복의 두께는 0.8 mm 이하, 부력은 0.5뉴턴(N) 이하로 제한하고, 수영복의 침투성은 재질을 여러 방향으로 25% 잡아당긴 상태에서 1제곱미터 당 80리터(ℓ/m2/second) 이하와 같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특수 소재를 활용하는 수영복 경쟁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스피도와 아레나의 기술 경쟁은 수영 기록 달성 과정에서 수영 선수의 신체적 능력보다는 수영복의 성능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치면서 기술 도핑 논란이 제기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스포츠 종목에서 국가대표 또는 국제대회에 참가하여 경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선수를 엘리트 선수라고 한다[13]. 엘리트 운동 선수로 발군의 기량을 선보인 선수들 중에서는 자녀 역시 부모와 동일한 종목에서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축구와 야구 같은 인기 프로스포츠 종목의 경우에는 차범근과 차두리, 허재와 두 아들, 이종범과 이정후 등의 사례와 같이 대중으로부터 큰 관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과연 유전적으로 부모의 운동 능력은 자식에게 대물림 되는가? 운동 능력의 유전적 측면에 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ACTN3나 ACE 유전자 다형성에 관한 연구들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14-17].
예를 들어, 운동 선수가 순간적인 근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근섬유의 구성 성분과 관련된 ACTN3는 α-actinin3 단백질이 영향을 미치는데 훈련 방법에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여 효율성과 효과성을 모두 향상시킬 수 있다. ACTN3 유전자형 RR이나 RX를 보유한 선수의 경우 근력 강화 훈련을 위해 높은 강도의 반복 횟수가 낮은 방식으로 집중적인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인 반면, XX형 선수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강도로 반복적인 훈련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훈련 효과를 최대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15].
뛰어난 운동 능력을 지닌 선수를 조기에 발굴하여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적합한 방법으로 체계적인 훈련이 이루어진다면 그 선수의 역량은 더욱 증대될 것이고 진로 선택과 관련한 개인적 그리고 사회적 비용 역시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엘리트 선수 선발 과정에서 유전자형을 고려하거나 유전자 정보에 기반한 어린 선수의 훈련 방법 변경 등은 스포츠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이 선제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유전 정보는 특히 어린 선수의 경우에는 잠재적 능력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선수의 성장과 경기력 발휘에는 개인차가 존재하고 성장 환경이나 심리적 요인의 영향력 역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들이다. 그리고 유전정보를 근거로 선수의 재능을 특정하는 것은 공정성이나 개인의 선택 자유와 같은 윤리적 문제를 동반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온과 습도, 풍량과 고도 등과 같은 기후환경 역시 운동선수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카타르 월드컵은 중동 지역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대회로 지금까지의 대회 개최지역과는 다른 덥고 건조한 기후환경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타르의 여름철 평균 기온은 25-46℃ 사이로 높은 편이며 체감온도는 50℃에 달한다[18]. 월드컵이 개최되는 시기인 11월의 온도는 최저 18.9℃에서 최고 31.7℃ 범위이다[18]. 이 같은 기후적 특성은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를 유발하고 일광화상이나 열사병과 같은 부상의 위험도 높다. 월드컵을 주관하는 FIFA에서는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를 위해 관람석과는 독립적으로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는 활동 수준에 적합한 온도 조절시스템을 갖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19]. 축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야외 스포츠에서 기온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20,21].
카타르와 같은 사막 기후에서는 증발냉각방식(evaporative cooling strategies)을 활용하면 자연스러운 공기 순환을 통해 기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22]. 사막 기후가 일반적인 중동 지역에서는 자연적 냉각방식(passive cooling techniques)을 주로 사용하는데 전통적으로 ‘바드기르(badgir)’라는 냉각 타워를 활용하여 건물 외부로부터 공기를 흡입하여 내부에 정체된 공기를 순환시키면서 건물 내부의 관상수나 분수의 온도를 낮추고 높은 온도의 공기를 다시 반대편 바드기르를 통해 외부로 밀어내는 대류 방식의 냉각 시스템이다(Fig. 9,10). 그리고 대류 과정에서 건물 외부에서 유입되는 미세한 모래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바드기르 내부 바닥에 축적되어 실내로의 모래 유입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22,23].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는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특히 야외 스포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호흡기를 통한 오염된 공기의 흡입은 선수들의 경기력은 물론 심각한 수준의 호흡기 관련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24]. 전미대학스포츠협회(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NCAA)는 2018년 9월 경쟁 보호 및 의료위원회(Committee on Competitive Safeguards and Medical Aspects of Sports, CSMAS)를 통해 대학 운동선수들의 종목별 대회와 연습 과정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6년에 발간된 가이드 라인을 개정하였다. 주요 개정 내용은 대기질의 표준화를 위해 미국 기상청(National Weather Service, NWS)의 대기질 예보(Air Quality Forecast System) 자료를 기준으로 대기질 지표(Air Quality Index, AQI) 수준에 따라 경기 개최나 연습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세먼지 농도 증가나 기온 상승과 같은 기후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상황이므로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가장 관중 수가 많은 프로스포츠인 축구와 야구도 Fig. 11에 제시된 것과 같이 리그 운영 규약에 미세먼지를 포함한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경기일정 변경이나 경기 수 감소와 같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시적인 대응은 점진적인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될 수 없다. 스포츠 관련 행정 업무를 주관하는 중앙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Fig. 12와 같이 선수들의 전지훈련을 주된 목적으로 에어돔(air-dome) 설치를 지원하는 정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에어돔은 강수량이나 미세먼지 농도, 기온변화 등과 같은 기후환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조건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국제 올림픽 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IOC)에서 주관하는 하계 및 동계 올림픽(Summer and Winter Olympic Games)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종합 스포츠 대회로 전 세계에서 참가하는 선수단과 기업들의 경쟁무대이다[25,26]. 한편, 신체의 장애가 있는 선수들은 국제 패럴림픽위원회(International Paralympic Committee, IPC)에서 주관하는 하계 및 동계 패럴림픽(Summer and Winter Paralympic Games)에 참가하여 경쟁을 하게 되는데, 패럴림픽은 1988년 서울 하계 올림픽 이후로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에서 매 4년마다 개최되고 있다[27].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신체적 장애의 유무가 가장 큰 차이점인데, 운동 보조기구의 발전으로 인해 앞으로는 신체적 장애를 기준으로 대회를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 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 육상 남자 400미터 예선전에서는 두 다리에 의족(double transtibial amputee)을 착용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Oscr Pistorius)가 출전하여 올림픽 최초로 장애인 선수와 일반 선수가 함께 경기를 하는 역사적 대회가 되었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구권대회에서도 일반 선수들과 경쟁하여 남자 400미터 준결승에 진출하였다. 이를 가능하도록 한 것은 그가 착용하는 특수제작된 의족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플렉스 풋(Flex-Foot)이라는 특수 의족은 Fig. 13에 나타난 것과 같이 탄소 섬유를 소재로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탄성이 높아 장애인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28]. 특수 의족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연구 결과 Fig. 14에 제시된 것과 같이 특수 의족을 착용한 경우는 발목 관절 부분의 에너지 손실률이 9.3%로 통제군(일반 선수)의 41.4%와 비교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특수 의족은 일반 선수들과 비교해 에너지 흡수율이 약 40% 높았으며, 에너지 전환율 역시 일반 선수들의 약 40-45% 수준과 비교해 현저히 높은 90-95%를 기록하였다[28].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2008 베이징 하계 패럴림픽에 남자 100, 200, 400미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특수 의족 논란이 발생하였고, IAAF는 특수 의족의 기술적 도움(technology aid)에 대한 실험 결과를 근거로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착용한 특수 의족이 IAAF 규정(IAAF Rule 144.2)을 명백하게 위반한다는 판단을 하였다. 그리고 향후 IAAF가 주관하는 육상 대회에서는 규정의 범위를 벗어나는 특수 의족의 착용을 금지하도록 하였다[29]. IAAF의 규정 변경과 관련해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스포츠 중재 재판소(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 CAS)에 제소해 승소한 덕분에 2011년 대구 육상세계선수권 대회와 2012년 하계 올림픽에 특수 의족을 착용하고 일반 선수와 경쟁이 가능하였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4년 주기로 개최되는 FIFA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메가 이벤트는 특정 국가 대표팀의 체력 및 기술 훈련뿐만 아니라 스포츠 종목과 관련된 용품과 장비 그리고 서비스의 연구개발 결과를 확인하는 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국가대표팀이나 스포츠 조직 그리고 용품 및 서비스 제공 기업의 주된 목적은 각 주체와 관계된 팀의 승리로 수렴하게 된다. 그리고 팀의 승리나 개인의 기록 경신을 위해서는 선수나 팀의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수반되는 것이다.
경기력 향상의 개념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끊임없이 진화와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선수 개인이나 팀의 경기 기술과 체력을 중심으로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초점이 주어졌다면, 앞으로는 기술과 체력은 물론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승리를 견인하는 장치로서 경기력 향상의 개념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과거의 경기력 향상의 방향은 선수 개인이나 팀이 가진 내적 역량을 강화하는 일차원적 개념으로 개인의 기록 경신이나 물리적 한계의 극복, 그리고 경쟁 선수나 팀의 역량을 뛰어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였다면 Fig. 15(a), 이제는 선수나 팀이 가진 내적 역량뿐만 아니라 경기 데이터와 선수의 생체 정보 그리고 경기 내용과 상대 선수나 팀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등의 과학기술 활용 역량을 강화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경기력 향상의 개념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Fig. 15(b)). 결국 이는 선수 개인의 신체적 역량은 기본이고 기술과 장비 그리고 데이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가 경기력 향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결론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경기력 향상 요인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고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제시된 것과 같이 경기력 향상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운동 선수의 신체적 역량뿐만 아니라 데이터나 장비, 용품 그리고 인공지능(AI)의 활용이나 경기장 인프라가 경기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기력 향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슈들을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선수와 지도자, 스포츠 과학자, 정부 및 종목 단체 등을 포함하는 스포츠 분야 이해관계자의 경기력 향상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경기력 향상과 관련된 사례들을 바탕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이 가진 고유의 생체정보를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윤리적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앞서 제시된 것과 같이 생리학적 관점에서 개인의 유전자(DNA) 분석과 활용은 어린 차세대 선수의 선천적인 재능을 발휘하도록 집중적인 육성과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유전정보의 무분별한 활용은 유전정보에 기반하여 특정 선수의 성장에 장벽을 형성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논란을 극복하고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경기력 향상 시스템 도입을 위해서는 선수의 인권과 유전자 정보 보호 문제 등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호주의 경우 2003년에 정부 차원에서 국립보건의료연구위원회(National Health and Medical Research Council, HNMRC)와 법률개혁위원회(Australian Law Reform Commission, ALRC)가 스포츠 분야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서 개인의 특성 예측과 관련된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채용 의사결정에 차별행위를 금지하도록 권고하였다. 국내에서도 향후 활용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개인의 유전정보에 대한 보호와 활용, 그리고 활용 범위에 대한 허용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스포츠 분야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 수용 범위에 대한 명확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운동화나 수영복 기술 도핑 논란에 대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과학기술에 대한 의존도 증가는 경기력 향상 과정에서 스포츠의 본질을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스포츠가 가진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과학기술을 접목하여 경기력 향상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경기력 향상 과정에서 비인적 요소의 비중 증가는 산업혁명의 시기에 항상 그래왔듯이 스포츠의학이나 코칭, 선수관리 측면에서 현재의 직업적 역할이 감소하여 고용 축소 현상과 같은 일시적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기계와 장비가 인적 요소를 대체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스포츠과학과 관련된 기술의 연구개발 성과는 궁극적으로 특정 국가나 팀 또는 선수 개인이 가용할 수 있는 재무적 자원이나 정치적 역량에 비례하여 성과를 창출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포츠의 특성 중 하나인 공정성 차원에서 스포츠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 개인의 신체적 역량보다 과학기술이 더 큰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면 결국 과학기술 활용 수준이 스포츠 경기 결과와 성적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국제 대회에서 경제적 수준이 낮은 국가들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나 인프라 구축이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력은 상대적으로 더욱 낮아지는 스포츠과학 분야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국제적인 관점에서 과학기술의 공동 개발이나 사용권 이슈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