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축구 기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발로 공을 차는 킥킹(kicking)과 머리로 공의 방향 전환을 일으키는 헤딩(heading)이 있다. 특히 헤딩은 다른 스포츠에는 거의 없는 축구에서의 독특한 기술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에 따른 여러 손상의 위험성이 있다. 또한 두부 손상에는 급성 외상성(traumatic) 손상과 만성적인 과사용(overuse) 손상이 있다. 만성적인 과사용 손상의 대표적인 것이 만성적인 외상성 뇌병증(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인데 헤딩과의 연관성에 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주로 축구에서 헤딩과 연관된 급성 외상성 두부 손상의 종류, 발생빈도와 손상 기전에 관해 문헌고찰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본론
축구에서 급성 외상성 뇌손상의 종류에는 두개골 골절(skull fracture)과 스포츠 뇌진탕(sports related concussion)으로 크게 구분해 볼 수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보고에 따르면 총 64경기에서 104건의 스포츠 손상이 있었고, 이 중에서 두개골 골절이 3건, 스포츠 뇌진탕이 5건이 발생했다[1].
Ekstrand 등[2]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유럽축구협회(UEFA)에 속한 프로팀 50개를 대상으로 한 보고에 따르면, 스포츠 뇌진탕의 발생률은 실제 경기(match)의 경우 1,000시간 선수가 노출되었을 때에 27.5로 연습 훈련(training)의 경우 4.1에 비해 6 내지 7배 정도 증가했고, 특히 전반, 후반 각각 오버타임의 경우에 발생 빈도가 높았다. 2015/2016 영국 프리미어리그 엘리트(elite) 축구선수 코호트 연구에서 스포츠 뇌진탕의 발생률은 실제 경기(match)의 경우 1,000시간 선수가 노출되었을 때에 24.29로 연습 훈련(training)의 경우 6.84에 비해 3 내지 4배 정도 높은 것을 보고했고, 프로선수의 경우 평균적으로 1,000시간 노출되었을 때 9.11로 발생한다고 보고하였다[3].
그런데, 프로 축구선수에 비해서 아마추어(amateur) 축구선수인 고등학교, 대학교 스포츠에서의 뇌진탕 발생률은 미국에서의 보고가 있다[4]. 남성 축구는 뇌진탕 발생률이 10,000시간 선수가 노출되었을 경우에 대학교 축구선수는 4.02, 고등학교 축구선수는 2.78로 대학교 축구경기에서 고등학교 축구경기에 비해 1.5배 높았다. 여성축구는 뇌진탕 발생률이 10,000시간 선수가 노출되었을 경우에 대학교 축구선수는 6.44, 고등학교 축구선수는 4.5로 대학교 축구경기에서 고등학교 축구경기에 비해 1.5배 높았다. 이상의 결과로 유추해 보았을 때에 경기가 격렬할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 축구경기에서 아마추어 축구경기에 비해 스포츠 뇌진탕의 발생 빈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겠다.
전체적인 유병률(prevalence)에 대한 보고는 손상의 부위(site)로 볼 때에 허리, 골반, 넓적다리, 무릎과 발목의 하지 손상이 전체 손상의 90%를 차지하고 머리와 목의 손상은 전체손상의 5% 미만을 차지하고, 손상의 종류(type)에 따르면 근육과 힘줄 손상이 50%에 해당하는 흔한 손상이고, 스포츠 뇌진탕은 5% 미만으로 드문 손상 종류이다.
그러나 McCrea 등[5]은 스포츠 뇌진탕이 50% 정도만 보고되었고, 더 많이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이야기하였다. 적게 보고되고 있는 이유로는 선수들이 스포츠 뇌진탕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심지어 자신이 겪고 있는 증상이 뇌진탕의 증상인 줄 인지하지 못하고, 이것으로 인해 경기장을 떠나길 원하지 않고, 자신이 경기장을 떠나면 팀 동료의 사기가 저하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보고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스포츠 뇌진탕이 여성에서 남성보다 1.6배 더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4]. 그 원인으로 남성에 비해 목 근육이 약하고[6], 따라서 외상성 전단력(traumatic shearing forces)이 크게 작동하기 쉽고[7], 신경섬유(axon fiber)가 가늘고 약해 전단력에 손상 받기 쉽다고 보고되었다[8]. 또한 여성에서 남성보다 주관적인 증상을 잘 보고하는 심리사회적 경향이 한 요소로 보고했다[9]. Sanderson은 여성에서의 손상 기전이 남성의 그것과 다르다고 보고하였다[10]. 남성의 스포츠 뇌진탕은 주로 다른 선수의 신체 부위와의 접촉에 의해 발생되는 반면 여성은 주로 축구공을 헤딩할 때 발생하고[11], 땅에 떨어질 때의 편타성 손상(whiplash injury)에 의한 발생 빈도가 높다.
스포츠 뇌진탕은 라틴어 ‘concussion’에서 왔고, 이는 ‘흔들다(shaking)’라는 뜻이다. 즉 직접 또는 간접적인 외력으로 뇌실질이 흔들려서 일어나는 뇌의 복합적인 병태생리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다. 스포츠 뇌진탕은 외상성 뇌손상(traumatic brain injury)의 가벼운 형태(mild form)로, 임상 양상은 보통은 빨리 시작해서 짧게 지속되며 저절로 호전된다. 급성 임상양상은 대체로 구조적(structural) 손상이라기보다는 기능적(functional) 손상이다. 멍한 느낌에서부터 의식 소실까지 임상증상과 심한 정도가 다양하다[12].
스포츠 뇌진탕의 병태생리는 뇌에 충격이 오면 뇌로 가는 혈류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고, 세포내 칼륨이 세포 바깥으로 빠져 나가고, 신경섬유가 신장되면 칼슘과 글루타메이트(glutamate) 같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이것들이 염증을 일으키고, 수초막(myelin sheath)에 손상을 일으킨다. 즉 외상으로 뇌세포에 에너지 요구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이를 대사적으로 보상하는 기전이 일시적으로 감소되어 오는 에너지 위기(energy crisis)로 설명된다[13]. 다시 말하면 뇌가 제어할 수 없는 과도한 흥분상태가 되어 뇌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정지(shut down)되는 상황으로 생각하고 있다.
축구에서 스포츠 뇌진탕의 발생 기전은 2004년에 Andersen 등의 보고에 따르면 주로 헤딩 경합 때에 일어나고, 공중에서 볼을 점유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팔꿈치를 어깨보다 높게 들어 머리를 가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14]. 그러나 축구경기의 규칙이 바뀌어 어깨보다 팔꿈치를 높게 드는 것을 반칙으로 정한 후에는 팔꿈치에 의한 머리가격의 기전이 감소하고, 주로 헤딩하려는 머리와 머리의 충돌(head to head)에 의해서 주로 발생된다[15]. 특히 머리의 측두부(temporal region)가 가격 당했을 때, 잘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6]. 또한 의도하지 않은, 예측되지 않은 가격에 의해 잘 발생되는 것으로 생각된다[17]. 축구선수의 포지션별로는 공격수(forwards)나 미드필더(mid-fielders)보다는 수비수(defenders)나 골키퍼(goal keepers)에서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8].
최근 후향적 연구에서 은퇴한 프로 축구선수에서 대조군에 비해 70세 이후에 사망의 위험도가 증가하고, 특히 신경퇴행성(neurodegenerative) 질환에 의한 사망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많았다[19]. 반복적인 뇌진탕을 일으키지 않는 정도의 두부 충격(repetitive subconcussive head impact)이 원인으로 제기되었다. 이는 뇌진탕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헤딩도 기능적이고 구조적인 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20]. 최근 뇌진탕의 진단에 주관적인 증상에 더하여 병태생리에 근거한 객관적인 도구인 바이오마커(biomarker)[21]와 뇌백질의 이상을 확인하는 확산텐서영상(diffuse tensor imaging)[22]의 영상학적 진단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원인 기전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여러 궁금증이 많이 밝혀질 것을 기대한다.